* 전기통신사업법 53조 개정의 문제(2002년) 항목 * ( 2005-05-05 13:18:14 , Hit : 11641
  김화용

* 전기통신사업법 53조 개정의 문제(2002년) 항목 *
현황
문제점
정책제안
인터넷과 표현의 자유
인터넷 문화와 자율 규제
전기통신사업법 53조 입법예고안에 대한 논평
인터넷 검열: 세계 각국의 법과 정책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개정의 문제
■ 현 황
○ 헌법재판소,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가 위헌이라 결정 (2002. 6. 27)

가. 이번에 헌법재판소가 심판한 대상은 아래와 같다.


전기통신부 제53조(불온통신의 단속)
① 전기통신을 이용하는 자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의 통신을 하여서는 아니된다.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통신의 대상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③ 정보통신부장관은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통신에 대하여는 전기통신사업자로 하여금 그 취급을 거부, 정지 또는 제한하도록 명할 수 있다.
제71조(벌칙)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7. 제53조 제3항 또는 제55조의 규정에 의한 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자

시행령 제16조(불온통신) 법 제53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전기통신은 다음 각호와 같다.
1. 범죄행위를 목적으로 하거나 범죄행위를 교사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2. 반국가적 행위의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3.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해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나. 위헌 결정의 요지는 아래와 같다.

(1) 인터넷 매체의 성격에 적합한 내용규제 모델이 모색되어야 한다.
※ 이하 인용문은 결정문에서 인용


온라인매체상의 정보의 신속한 유통을 고려한다면 표현물 삭제와 같은 일정한 규제조치의 필요성 자체를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내용 그 자체로 불법성이 뚜렷하고, 사회적 유해성이 명백한 표현물―예컨대, 아동 포르노, 국가기밀 누설, 명예훼손, 저작권 침해 같은 경우가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이 아닌 한 … 함부로 내용을 이유로 표현물을 규제하거나 억압하여서는 아니된다. 유해성에 대한 막연한 의심이나 유행의 가능성만으로 표현물의 내용을 광범위하게 규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조화될 수 없다.
1961년 구 전기통신법 제6조에 의하여 도입될 당시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현재의 불온통신 규제제도는 인터넷을 비롯, 온라인매체를 이용한 표현행위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변화된 시대상황에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 인터넷은 공중파방송과 달리 '가장 참여적인 시장', '표현촉진적인 매체'이다. 공중파방송은 전파자원의 희소성, 방송의 침투성, 정보수용자측의 통제능력의 결여와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그 공적 책임과 공익성이 강조되어, 인쇄매체에서는 볼 수 없는 강한 규제조치가 정당화되기도 한다. 그러나 인터넷은 위와 같은 방송의 특성이 없으며, 오히려 진입장벽이 낮고, 표현의 쌍방향성이 보장되며, 그 이용에 적극적이고 계획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특성을 지닌다. 오늘날 가장 거대하고, 주요한 표현매체의 하나로 자리를 굳힌 인터넷상의 표현에 대하여 질서 위주의 사고만으로 규제하려고 할 겨우 표현의 자유의 발전에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표현매체에 과학기술의 발달은 표현의 자유의 장을 넓히고 질적 변화를 야기하고 있으므로 계속 변화하는 이 분야에서 규제의 수단 또한 헌법의 틀 내에서 다채롭고 새롭게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2) 인터넷의 내용을 규제하는 기준이었던 '불온통신'이란 개념은 위헌이다.

(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한다.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경우에 일반적으로 명확성의 요구가 보다 강화된다고 할 것이고, 특히 위 조항과 같이 표현의 내용에 의한 규제인 경우에는 더욱 더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할 것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 그런데,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이라는 불온통신의 개념은 너무나 불명확하고, 애매하다 … 결론적으로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1항은 규제되는 표현의 내용이 명확하지 아니하여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공공의 안녕질서', '미풍양속'이라는 것은 매우 추상적인 개념이어서 어떠한 표현행위가 과연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관한 판단은 사람마다의 가치관, 윤리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고, 법집행자의 통상적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내용을 객관적으로 확정하기도 어렵다 … 불명확한 불온통신의 개념은 … 수범자인 국민으로 하여금 어떤 내용의 통신이 금지되는 것인지 고지하여 주지 못하고 있다.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에 관하여 어렴풋한 추측마저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그것은 각자마다 다른 대단히 주관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지 않게 명확하면서도, 진정한 불온통신을 효과적으로 규제할 수 있도록 입법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규제대상이 다양·다기하다 하더라도, 개별화·유형화를 통한 명확성의 추구를 포기하여서는 아니되고, 부득이한 겨우 국가는 표현규제의 과잉보다는 오히려 규제의 부족을 선택하여야 할 것이다. 해악이 명백히 검증된 것이 아닌 표현을 규제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고 보는 것이 표현의 자유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한다

불온통신 개념의 모호성, 추상성, 포괄성으로 말미암아 필연적으로 규제되지 않아야 할 표현까지 다함께 규제하게 되어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난다.
다양한 의견간의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을 통하여 사회공동체의 문제를 제기하고, 건전하게 해소할 가능성을 봉쇄한다. 성(性), 혼인, 가족제도에 관한 표현들(예컨대, 혼전동거, 계약결혼, 동성애 등에 관한 표현)이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으로 규제되고 예민한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관한 표현들(예컨대, 징집반대, 양심상의 집총거부, 통일문제 등에 관한 표현)이 '공공의 안녕질서'를 해하는 것으로 규제된다면, 전기통신의 이용자는 표현행위에 있어 위축되지 않을 수 없고, 이로 말미암아 열린 논의의 가능성은 원천적으로 배제되어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기능이 훼손된다 … 전체주의 사회와 달리 국가의 무류성(無謬性)을 믿지 않으며, 다원성과 가치상대주의를 이념적 기초로 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과 같은 상대적이고 가변적인 개념을 잣대로 표현의 허용 여부를 국가가 재단하게 되면 언론과 사상의 자유시장이 왜곡되고, 정치적, 이데올로기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 더욱이 집권자에 대한 비판적 표현은 '공공의 안녕질서'를 해하는 것으로 쉽게 규제될 소지도 있다. 우리 재판소는, 민주주의에서 어떤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 유무를 국가가 1차적으로 재단하여서는 아니되고 시민사회의 자기교정기능, 사상과 의견의 경쟁메커니즘에 맡겨야 한다고 확인한 바 있음을 환기하여 둔다.

(다)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된다.

대통령령에 규정될 불온통신의 내용 및 범위를 예측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위임하고 있지않아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된다.
포괄적위임입법금지원칙은 기본권침해영역에서는 급부영역에서보다 구체성의 요구가 강화되고, 특히 이 사건에서와 같이 표현의 자유를 내용에 의하여 규제하고 이에 불응할 경우에는 형사처벌이 가해지는 경우에는 구체성의 요구가 더욱 강화된다고 할 것이다 …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의 개념은 대단히 추상적이고 불명확하여, 수범자인 국민으로 하여금 어떤 내용들이 대통령령에 정하여질지 그 기준과 대강을 예측할 수도 없게 되어 있다.

행정입법을 제대로 통제하는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 … 행정입법자는 다분히 자신이 판단하는 또는 원하는 '안녕질서', '미풍양속'의 관념에 따라 헌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표현까지 얼마든지 규제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불온통신 즉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통신'의 대상 등을 전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함으로써 … 법률로써 구체화하여야 할 것을 법률에 의하여는 전혀 구체화하지 아니한 채 전적으로 행정입법에 맡겨놓은 결과 … 국민의 자유나 권리를 제한하는 행정작용의 경우 적어도 그 제한의 본질적인 사항에 관한 한 국회가 제정하는 법률에 근거를 두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라 국회가 직접 결정함으로써 실질에 있어서도 법률에 의한 규율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는 요구에도 반한다고 보여진다.

(3) 인터넷의 내용을 규제하는 주체로서 '정보통신부 장관의 취급거부·정지·제한 명령권은 위헌이다.

불온통신 규제제도는 다음과 같은 구조와 특성을 지니고 있다.
첫째, 정보통신부장관이라는 행정권력에 의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직접적인 내용규제가 이루어진다.
둘째, 그 규제의 법적 구조가 정보통신부장관―전기통신사업자―전기통신이용자의 삼각구도로 짜여져 있어, 명령 및 처벌의 대상자는 전기통신사업자이지만, 그로 인하여 실질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는 자는 이용자가 된다 … 전기통신이용자는 규제조치의 상대방이 아닌 제3자로서 행정절차에의 참여, 행정소송의 제기 등 권리구제의 면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셋째, 형식적으로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후제한이지만, 이용자―전기통신사업자 및 전기통신사업자―정보통신부장관의 역학관계에 비추어 볼 때 … 이용자는 스스로 조심할 수 밖에 없는, 실질적으로는 상시적인, 자체 검열체계로 가능하기 쉽다.
취급거부·정지·제한에 이용자명(ID)의 사용 금지 또는 사이트 폐쇄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이용자가 당해 사이트를 통하여 다른 적법한 정보를 유통하는 것까지 불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많음을 지적하여 둔다.

○ 정보통신부,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개정법률안 발표
정보통신부의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개정법률안의 입법예고안(7.27)과 공청회안(8.26)의 요지는 아래와 같다.
- 내용규제의 기준으로 '불온통신의 단속'을 '불법통신의 금지'로 바꾸고 내용을 나열함
- 내용규제의 주체로서 '정보통신부장관의 취급거부·정지·제한 명령권'을 절차를 보완해 존속시킴

■ 문 제 점

○ 사기, 성폭력 등의 불법 행위는 원칙적으로 통신에서도 금지되어야 함

○ 그러나 정보통신부는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개정법률안에 헌법재판소의 결정 대상 가운데 내용규제의 기준만 반영하고 내용규제의 주체는 반영하지 아니하여 또다른 헌법 위배의 소지가 있음
내용규제의 주체인 정보통신부장관의 명령권 역시 위헌결정의 대상이었다.

○ 정보통신부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같은 행정부가 인터넷의 내용을 규제하는 것은 군사독재정권의 유산이자 매체의 특성에 적합하지 아니함

헌법재판소는 결정문에서 "1961년 구 전기통신법 제6조에 의하여 도입될 당시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현재의 불온통신 규제제도는 인터넷을 비롯, 온라인매체를 이용한 표현행위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변화된 시대상황에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 인터넷은 공중파방송과 달리 '가장 참여적인 시장', '표현촉진적인 매체'이다"라고 강조하였다.

○ 정보통신부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같은 행정부가 인터넷의 내용을 규제하는 것은 사법권을 침해하는 행위임
- 통신상의 불법 행위의 내용을 판단하고 처벌하는 일은 원칙적으로 정보통신부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같은 행정부의 직접적이거나 위임한 권한 내에 있지 않다.
- 명예훼손 등 통신상의 불법 행위의 내용은 이미 현행법률과 사법 주체들에 의해 판단되고 처벌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위헌 결정 이후 정보통신부 장관의 명령과 '불온통신'에 근거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시정조치가 정지되었지만 인터넷의 내용은 사법 주체들에 의해 규제되어 왔다.
- 현행법률로 신종 불법 행위를 처벌하는 데 부족함이 있는 사이버 성폭력 등의 영역에서는 행정부가 나서는 것이 아니라 관련 법제도의 개선이 우선되어야 발전적이라 할 것이다.
- 현행법률과 사법 주체들이 통신상의 불법 행위를 판단하고 처벌하는 데 장애가 있어 행정부의 권한이 대폭 확대되어야 한다는,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평가나 근거가 제시된 바 없다.
- 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무엇이 사기 혹은 성폭력 등의 불법 행위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권한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정보통신부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불법 통신의 내용에 대한 판단과 처벌 권한을 갖는 것은 사법권 침해이다. - 특히 최근 인터넷 내용에 대한 분쟁은 정보통신부에서 강조하는 음란·유해성 정보보다 저작권·명예훼손·사생활 침해 등 사인간의 분쟁적 사안이 대부분이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1995년 1월 1일부터 2001년 12월 31일까지 심의통계에 따르면 심의건수 1위는 저작권 침해(28,762건), 2위는 명예훼손과 사생활 침해(1,840)이다. 이와 같이 사법적 판단이 필요한 인터넷 분쟁에 정보통신부가 불충분한 전문성을 가지고 개입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 정보통신부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같은 행정부가 인터넷의 내용을 규제하는 것은 국제적 추세에 어긋남
- 미국, 영국, 캐나다, 덴마크, 뉴질랜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 선진국에서는 행정부가 통신상의 불법 내용에 대한 판단과 처벌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 캐나다, 덴마크, 뉴질랜드, 노르웨이, 스웨덴, 영국, 미국에서는 사법 주체가 인터넷 내용의 불법성을 판단한다.
- 내용규제의 주체로 정부 혹은 정부의 위임을 받은 위원회를 인정해온 국가는 한국 이외에 중국, 사우디 아라비아, 싱가폴, 오스트레일리아 등이고 이 가운데 중국, 사우디 아라비아, 싱가폴은 인터넷 접속 자체가 정부에 의해 엄격하게 통제되는, 자유롭지 않은 국가들이다.
-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인터넷을 방송으로 간주해 행정부가 인터넷 내용을 규제해 왔지만, 최근 정부가 인터넷 내용을 규제하도록 한 법률들이 철회 권고되거나 의회를 통과하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

○ 정보통신부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같은 행정부가 인터넷의 내용을 규제하는 것은 국내 다른 매체와의 형평성에서도 어긋남

- 국내에서도 신문이나 방송 등 다른 매체의 경우 그 내용에 대한 행정부의 규제는 최소한으로 그쳐 왔다.
- 인터넷 내용의 불법성을 정보통신부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같은 행정부에서 판단하는 것은, 마치 신문이나 방송에 보도된 명예훼손 등 불법의 소지가 있는 내용에 대하여 문화관광부가 직접 규제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 하물며 일반 국민이 이용하는 인터넷의 내용은 신문이나 방송보다 행정부의 규제로부터 더 자유로와야 할 것이다.
- 특히 최근 증가하고 있는 인터넷 언론의 경우 기존의 신문·방송에 대한 규제보다 더 엄격한 규제를 받게 되었다.

○ 졸속입법으로 충분한 법안 검토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 이 법안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졸속입법에 따른 법리적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 특히 입법예고안상의 불법통신이 일대다통신에 국한하는지 아니면 일대일 통신까지 포함하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 간의 전화나 이메일도 모두 정보통신부 장관의 명령권의 대상이 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 또한 입법예고안의 제53조 제2호, 3호, 5호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가 존재하는 한에 있어서는, 정보통신부장관의 명령이 불필요한 규제수단이며 입법예고안 제53조 제8호 역시 정보통신망법 제64조의 규율대상범위를 훨씬 초과하고 있고, 실정법을 전제로 하는 `불법정보'의 속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 자세한 내용은 아래 자료 중 인터넷자율규제포럼(R3net),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입법예고안에 대한 논평" 참고.

■ 정책 제안

○ 결론적으로,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는 '불법정보의 금지'로 이름만 바뀌어 존속되는 것이 아니라 폐지되어야 할 것임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로 정보통신부 장관의 인터넷 내용규제 권한을 존속시킨다면 또다른 위헌 결정의 대상이 될 것이다.

○ 조급한 입법보다는 지금부터라도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강국'이란 별칭에 걸맞는 장기적인 인터넷 내용규제 정책을 연구하고 개발해야 할 것임
미국 의회는 지난 1999년 산하에 '온라인아동보호위원회'를 설치하여 법학자, 기술자, 시민사회단체 등 각계의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1년 간의 연구 끝에 지난 2000년 10월 입법 제안을 위한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음.(http://www.copacommission.org)


인터넷과 표현의 자유

* 출처 : 경향신문 2002.9.3.


김기중 (변호사)

※ 편집자주 - 이 글의 필자는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헌법소원심판청구의 대리인이었다.
2002년 7월8일. 월드컵에 묻혀 언론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통신품위법 위헌 판결에 견줄 수 있는 역사적인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정보통신부장관의 ‘불온통신’ 단속 규정에 대해 위헌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불온통신’ 단속 규정이 위헌이라는 점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역사적인 결정’이라 할 수는 없다. 역사적인 결정이라고 한 이유는 헌재가 인터넷을 “가장 참여적인 시장, 표현 촉진적인 매체”라고 하면서 “인터넷상의 표현에 대하여 질서 위주의 사고만으로 규제하려고 할 경우 표현의 자유 발전에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선언함으로써 인터넷 규제의 기본적인 방향을 제시하였다는 점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불온통신’ 단속 규정을 ‘불법통신’ 단속 규정으로 변경하는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음란, 명예훼손, 국가보안법 위반의 전기통신 등에 대하여 정통부장관이 단속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언뜻 보면 별다른 문제가 없는 법률인 듯하다. 하지만 위 개정안은 ‘불온통신’을 ‘불법통신’으로 모양만 바꾸었을 뿐 실질적인 검열체계라는 점에서 달라진 것이 거의 없는, 문제 투성이의 법률이다. 무엇이 ‘불온’인지, 또는 무엇이 ‘불법’인지 판단할 능력이 없는 행정기관이 그 판단을 하게 되면, 자의적인 판단과 권한 남용이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위헌 결정 이전에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군대반대 사이트나 김인규 교사 홈페이지 폐쇄사건이라는 ‘황당한’ 사건을 유발한 출발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가장 참여적인 시장이며 표현 촉진적인 매체’인 인터넷에 대한 규제는 다른 어떤 매체에 대한 규제보다도 완화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 위헌 결정의 취지이다. 그런데 개정안은 인터넷에 대하여 출판물에 대한 정부 규제보다 훨씬 강한 규제 시스템을 제안하고 있다. 즉 출판물에 대한 규제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출판사의 등록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전부인 반면, 개정안은 덜 규제적이어야 할 인터넷에 대해 여전히 출판 금지, 출판사 등록 취소 등의 강력한 조치를 직접 취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커다란 문제는 정부가 인터넷 내용 규제 시스템 전반을 재검토하고 미래지향적이며 합리적인 인터넷 내용 규제 시스템을 수립할 기회를 스스로 버리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 내용 규제 시스템은 정부의 규제 시스템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점에서, 규제의 강도가 클수록 헌법상의 권리가 제한된다는 점에서, 나아가 인터넷에 국경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국제적인 동향에 민감해야 한다는 점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무척 많은 어려운 문제이다. 따라서 인터넷 내용 규제 시스템의 개편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국제적인 동향을 고려하여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전망을 수립한 상태에서 개별적인 문제를 하나 하나 해결해 나가는 방식의 개편이어야 한다. 하지만 개정안은 단순히 헌재의 위헌 결정에 즉흥적으로 대응하는 수준에 불과하고, 시스템 전반에 대한 검토는커녕 개편 논의에 반드시 필요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대한 개편 논의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문제를 안고 있다.

정부는 또 다른 형태의 인터넷 검열에 불과한 개정안의 입법 추진을 중단하고 인터넷 내용 규제 시스템 전반을 재편하는데 필요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인터넷 문화와 자율 규제

* 출처 : 대한매일 2002.8.8.


윤창번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최근 몇 년 동안 일간지 사회면에 실린 인터넷 관련 기사를 보면, 인터넷이 마치 각종 반사회적 행위의 온상이라는 인상을 가지게 된다. 인터넷 활용이 일반화되기 이전에는 잘 드러나지 않았던 음란물, 원조교제, 자살교사, 폭탄제조, 상호비방 등 여러 가지 유형의 반사회적 행위가 인터넷을 매개로 확산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이런 인식은 인터넷의 익명성으로 인한 무책임과 기만이 반사회적 행위를 조장하게 된다는 논리와 닿아있고, 나아가 이를 인터넷 기술 자체의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마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반사회적 행위의 빈발이 인터넷 본래의 속성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반사회적 행위만큼 기사화되지는 않았지만, 인터넷상에서 시어머니와 갈등에 빠진 주부의 고민이 공유되고, 부당한 상행위를 고발하는 소비자의 목소리가 확산되며, 가족이나 친지간의 화합을 도모하는 웹사이트가 구축되는 등 수많은 긍정적인 측면도 나타나고 있다.
사실 인터넷 초기에는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이 시·공간적 제약을 적게 받으면서 의사소통이 가능해질 것으로 믿었다. 정보와 지식을 나누는 동시에 이해와 관심에 기초한 공동체 형성도 가능하고 다양성과 상호존중의 문화를 꽃피우는 매개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사용자 인구가 대학생이나 일부 전문직 종사자에 국한됐던 인터넷 초기와는 달리, 사용자 인구의 저변이 확대된 오늘날의 인터넷 사회문화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인터넷의 사회문화는 현실공간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최근의 연구에서 나타나듯이 인터넷의 사회문화는 현실공간의 연장선상에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용자층의 사회적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주로 인터넷의 기술적 가능성을 바탕으로 예상됐던 초기의 기대와는 다른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인터넷의 사회문화는 현실공간의 사회문화를 투영하고 있으며, 일견 인터넷 자체의 특성처럼 보이는 많은 사회적 현상들도 인터넷상에서 현실공간의 사람들이 상호작용한 결과인 것이다. 인터넷상에서 나타나는 많은 반사회적 행위는 약화된 규범의식, 성숙하지 못한 토론문화, 성차별주의와 남성지배문화와 같은 우리 사회 전반의 문화가 투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앞서 있는 우리의 인터넷 기반을 제대로 활용하고 건강한 인터넷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인터넷의 긍정적 측면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간의 의사소통을 촉진하거나, 신분의 노출없이 개인적인 고민이나 억울한 사연을 공개하거나,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 없이 정치적 견해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활동 등과 같은 긍정적 측면이 확산되면 부정적인 측면은 자연스럽게 사라져 갈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터넷의 기술적 가능성과 사용자층의 사회적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안목이 요구된다. 음란물이나 자살 사이트 같은 일부 부정적인 현상에 대해 기술적인 면만을 중시해, 내용 검열이나 접근 제한과 같은 직접적 규제를 우선하게 되면 인터넷의 긍정적인 측면도 위축되고 말 것이다. 이보다는 건강한 사이버문화의 형성을 촉진함으로써 사용자 공동체의 자율적인 규제능력을 활용하는 방향에서 정책이 입안되고 구현돼야 할것이다.□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입법예고안에 대한 논평

* 출처 : http://www.r3net.org


인터넷자율규제포럼 (R3net)

※ 편집자주 - 원래의 논평은 2회로 나누어져 있었으나 여기서는 하나로 잇고 뒷부분 일부를 생략하였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참고.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6조가 규정하고 있던 불온통신에 대한 정보통신부장관의 취급거부 정지 제한명령제도에 대해서 헌법재판소가 2002. 6. 27. 위헌결정을 내린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대한 [평석]에서 앞으로의 입법개선 시의 문제점들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정보통신부가 지난 8월 1일 새로운 입법예고안을 발표했다. 입법예고안이 나온 과정과 그 내용을 살펴볼 때,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입법예고안에 대한 접근방식의 문제이다. 즉 정부가 우리나라의 인터넷 내용규제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놓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① 보다 구체적으로 다양한 의견수렴과정과 심도있는 논의과정을 생략했다는 점이다.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나온 이후 겨우 1개월만에 입법예고안이 나왔다는 것이 이러한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저번의 평석에서 언급하였듯이, 그 대상을 불법정보에 국한한다고 하더라도, 사법부에 의한 판단 이전에 행정부가 일정한 규제조치를 발동하는 것이 헌법이론적으로 과연 정당한가의 문제는 현재 검증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매우 어렵고도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 제도를 개선함에 있어서, 정부의 좀더 진지하고 깊이 있는 접근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너무 성급하게 입법예고안이 나온 것이다.
② 그리고 우리나라 인터넷 내용규제시스템의 전면적 개선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저번의 평석에서, 헌법재판소의 이번 위헌결정은 미국의 Reno v. ACLU판결에 버금가는 것으로서, 향후 우리나라의 인터넷 내용규제정책에 크나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한 적이 있다. 따라서 2002. 6. 27.의 위헌결정을 계기로, 정보통신부는 우리나라에 있어서 인터넷 내용규제시스템의 근본구조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인터넷 내용규제시스템을 보다 합리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였어야 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에 대한 접근방식을 살펴보면, 정보통신부가 우리나라의 인터넷 내용규제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놓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 입법예고안의 내용적 측면에서의 문제이다. 특히 불법정보의 범위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을 지적할 수 있겠다.
입법예고안이 불법통신의 예로서 열거하고 있는 불법정보의 종류는 총 10가지이다. 무릇 불법정보는 기존의 실정법을 전제로 하는 개념이다. 즉 불법정보라는 개념은 선험적인 것이 아니라, 기존의 실정법에 의해 금지되고 있는, 특히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내용의 정보를 의미한다. 불법정보에 대한 이러한 선이해를 가지고 입법예고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

(가) 입법예고안상의 불법통신이 일대다통신에 국한하는지 아니면 일대일 통신까지 포함하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무릇 일대일 통신은 통신의 비밀보호 내지 프라이버시의 보호차원에서, 국가가 그 내용에 개입하는 것은 일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금지되어 있다. 그런데 입법예고안의 법조문 구조를 살펴보면, 법해석에 따라 정보통신부장관의 명령이 일대일 통신에도 적용될 소지가 있다. 따라서 적용대상을 일대다 통신으로 한정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 `일반에게 공개를 목적으로 하는 통신'으로 그 대상을 구체화하는 내용이 부가되어야 한다.

(나) 입법예고안 제53조 제2호, 3호, 5호 : 정보통신망법 제44조가 존재하는 한에 있어서는, 이 세 가지 정보에 대한 정보통신부장관의 명령은 불필요한 규제수단이다.
입법예고안 제53조 제2호가 규정하고 있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연히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은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함) 제61조가 규정하고 있는 `사이버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정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제3호가 규정하고 있는 “타인의 의사에 반하여 반복적으로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은 정보통신망법 제65조 제1항 제3호가 규정하고 있는 `사이버 스토킹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정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제5호가 규정하고 있는 “불법복제 등 타인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은 각종 지적재산권법에 의해 규율되고 있는 불법행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정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입법예고안 제53조 제2항은 이들 세 가지 종류의 정보에 대한 정보통신부장관의 명령은 “권리나 이익을 침해당한 자 및 이해관계인의 신청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세 가지 정보에 대한 정보통신부장관의 명령은 기존의 제도와 서로 충돌되는 측면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즉 정보통신망법 제44조와의 충돌문제이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에 의하면,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일반에게 공개를 목적으로 제공된 정보로 인하여 `법률상 이익'이 침해된 자는 해당 정보를 취급한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당해 정보의 삭제 또는 반박내용의 게재를 요청할 수 있고,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는 당해 정보의 삭제 등의 요청을 받은 때 지체없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이를 즉시 신청인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사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는 사이버 명예훼손행위나 지적재산권침해행위의 발생시 피해자의 신속한 구제차원에서 도입된 조항이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상의 `법률상 이익'의 개념을 넓게 해석하면, 위의 세 가지 정보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규율대상에 포섭될 수 있다. 따라서 정보통신부장관이 명령권을 발동하지 않더라도 전기통신사업자와 이용자간에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를 통해서 위의 세 가지 정보에 대한 규제와 통제는 가능하다(물론 별도로 사법부에 의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결국 정보통신망법 제44조가 존재하는 한에 있어서는, 위의 세 가지 정보에 대한 정보통신부장관의 명령은 불필요한 규제수단이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명예훼손, 스토킹, 지적 재산권의 침해 등과 같은 주관적 권리침해에 명령권을 발동하는 것은, 이 명령권이 자칫 사적 분쟁해결의 수단으로 이용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도 문제될 수 있다. 그리고 사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 주관적 권리침해를 이유로 인터넷이용자가 정보통신부장관에게 명령권의 발동을 신청했을 경우 정보통신부장관이 일일이 모든 신청을 심사해서 명령권발동을 결정한다고 하면, 정보통신부의 업무와 기능이 개인의 사적 분쟁에 매몰될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다) 입법예고안 제53조 제8호 : 정보통신망법 제64조의 규율대상범위를 훨씬 초과하고 있고, 실정법을 전제로 하는 `불법정보'의 속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입법예고안 제53조 제8호는 “청소년보호법에 의한 청소년유해매체물로서 상대방의 연령확인, 표시의무 등 법령에 의한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제공되는 내용의 전기통신”을 불법정보의 범위 내에 포함시키고 있는데, 이것은 정보통신망법 제64조와 충돌한다. 정보통신망법 제64조는 당해 정보가 청소년유해매체물임을 표시하지 아니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제공한 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즉 정보통신망법 제64조에 의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는 `청소년유해의 미표시'와 `영리의 목적'이라는 두 개의 구성요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따라서 청소년유해매체물임을 표시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영리의 목적'없이 제공되는 경우에는 정보통신망법 제64조의 규율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입법예고안 제53조 제8호에서는 `영리의 목적'이 빠져 있다. 따라서 입법예고안 제53조 제8호는 불법정보가 아닌 것을 불법정보의 범위 내에 포함시키고 있는 것이다. 물론 청소년보호법에서는 표시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와 영리의 목적으로 청소년유해매체물을 제공하는 경우를 별도로 규율하여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청소년보호법 제50조 제1호 및 제51조 제1호). 즉 청소년유해매체물에 대해서 표시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정보통신망법 제64조는 이와 같은 청소년보호법의 규정들이 적용되기 곤란한 경우를 규율하기 위해, 즉 인터넷의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입법화된 것이다. 따라서 입법예고안 제53조 제8호는 바로 정보통신망법 제64조를 염두에 두고 규정된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런데 입법예고안 제53조 제8호는 `영리의 목적'을 삭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정보통신망법 제64조의 규율대상범위를 훨씬 초과하고 있고, 따라서 실정법을 전제로 하는 `불법정보'의 속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 된다.

인터넷규제의 기본방향은 '자율규제의 강화'와 '민,관공동규제시스템' 구축
오늘 한국의 인터넷 내용규제는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기존의 국가규범에 의한 강제적인 규제보다는 효율성과 인터넷의 장기적인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자율규제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점은 이미 전세계적인 추세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자율규제 기반이 취약하고, 정부주도의 규제시스템이 인터넷 내용규제 영역에도 그대로 확대 적용됨으로서 무리한 결과가 도출되곤 했다.
앞으로의 인터넷 내용규제정책은 인터넷사업자와 시민사회의 자율규제의 역량강화와 구축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물론 정부의 책임과 권한 그리고 역할이 부정되어서는 안된다. 정부에게 규제시스템 전체에 대한 전략을 세우고 자율규제 역량들을 연결하고, 지원, 관리해야 할 책임과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또한 국가는 불법정보에 대한 규제권한도 갖는다. 하지만 인터넷 내용규제시스템에 있어서 “무엇이 불법이냐”라는 문제뿐만 아니라 “불법정보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규제할 것인가”라는 문제 또한 중요하다.
인터넷에 있어서의 규제시스템의 기본방향은 ‘민,관공동규제시스템’의 구축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정부와 시민사회가 각자의 책임과 역할을 서로 인정하면서, 상호 협조하에 인터넷환경을 보다 안전하고 자유로운 환경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여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불법정보에 대한 규제방식도 이러한 인터넷 규제시스템의 기본방향을 고려하여 검토되어야 한다.
위와 같이 인터넷 자율규제시스템의 구축방향과 불법정보의 규제방식의 적절성이라는 관점에 비추어 보면, 입법예고안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정보통신부장관의 명령제도에 대한 전향적 접근이 필요하다.
물론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이후, 정부가 그 대상범위를 불법정보에 국한시키면서 정보통신부장관의 명령제도를 존치시키리라는 점은 이미 예측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보통신부장관의 명령제도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문제가 있다.
① 사법기관의 판단 이전에 행정부에서 일정한 표현물에 대해 규제조치를 취하는 것은 헌법이론적으로 그 정당성이 아직 검증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② 인터넷 등 온라인매체의 특성이나 규제의 효율성을 염두에 둘 때, 정보통신부장관의 명령제도는 적절하지 못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즉 시민사회에 의한 자율규제시스템이 구축되어 가는 상황에서, 행정부가 불법정보에 대해서 이러한 명령권을 이용하여 규제하는 것은 효율성의 관점에서도 한계가 명백하다. 적어도 인터넷에 관한한 행정부에 의한 직접규제는 고비용?저효율을 초래한다.
③ 뿐만 아니라 행정부가 당해 정보의 불법성 여부에 대해서 자의적인 판단을 행할 위험성이 높다는 점(예컨대 음란성에 대한 판단이나 국가기밀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 행정부의 자의적인 판단의 위험성을 상정해 보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을 염두에 둘 때, 사법기관의 판단 이전에 행해지는 행정부의 규제조치는 가능한 지양해야 한다.

둘째,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위상과 기능에 대한 전면적 검토를 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2002. 6. 27.의 위헌결정은 그 심판대상을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및 동 법 시행령 제16조에만 한정하고 있었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근거규정인 제53조의 2는 심판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따라서 엄밀히 이야기하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위상마저 부인한 것은 아니다.
또한 현행 법규정상으로도 엄밀히 이야기하면, 제53조가 규정하고 있는 명령제도와 제53조의 2가 규정하고 있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심의 및 시정요구제도는 분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현행 법규정상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성격은 자체 모니터링을 하는 기형적인 국가주도의 인터넷핫라인일 뿐이며,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시정조치를 받은 전기통신사업자는 그 '권고'에 따라 자기책임에 의하여 컨텐츠를 삭제할 뿐이다. 다만 현행법상 명백한 것은 전기통신사업자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시정조치로부터 어떠한 법적 면책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형식적인 분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존재는 정부영역과 민간영역의 상호 협력하에 이루어지는 자율규제시스템에 장애가 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위상과 기능은 자율규제시스템에 맞게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그 개선방향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하 하략) □






완료

인터넷주소자원에관한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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